- 화염상모반, 혈관종의 레이저 치료 시작 나이에 대한 고찰
- 신효승 2017-07-17 13:17:23
화염상모반 또는 혈관종의 레이저 치료는 아기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이저 치료를 추천드리면 가장 많이 듣는 대답 중 하나는 '이렇게 어린데 레이저 치료를 받아도 괜찮나요?' 입니다.
그에 대한 답은 언제나 '괜찮습니다' 입니다. 괜찮은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약의 경우 특정 연령 이하에서는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아 사용하지 않기도 합니다.
먹는 약은 전신으로 흡수되어 우리 몸의 대사 작용과 생리 작용에 영향을 주어 약효 또는 부작용을 발현시킵니다.
아기나 어린이는 단지 작기만한 어른이 아니고 대사 작용과 생리 작용이 어른과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어린데 이 약을 먹어도 괜찮나요?' 에 대한 답은 약의 종류, 용량, 그리고 유소아의 상태 및 연령에 따라 '괜찮습니다.' 일 때도 있고 '괜찮지 않습니다' 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혈관종 또는 화염상모반의 레이저 치료는 우리 몸의 대사 작용이나 생리 작용에 전신적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혈관 레이저가 효과를 내는 투과 깊이는 1~1.5 mm에 불과하기 때문에 레이저가 조사된 피부에만 영향을 줄 뿐 그 외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레이저 치료의 금기 사항 중 나이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혈관종의 경우 돌이 넘어가면 혈관종의 혈관 성분이 줄어들고 섬유, 지방 조직으로 바뀌면서 혈관 레이저 치료 효과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혈관종은 일찍 치료하면 일찍 치료할 수록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다만 일찍 치료할 경우에는 레이저 치료 후 물집이나 상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는 약하게 치료 합니다.
쉽게 표현하면 약하게 치료하는 것이고 전문적으로 표현하면 gentle heating 이라고 하여 레이저의 펄스 지속 시간 (pulse duration) 은 길게 하고 에너지의 강도 (fluence)는 낮게 합니다.
혈관종은 화염상모반에 비해 레이저 치료가 잘 되는 시기가 매우 짧습니다.
화염상모반은 어른이 되어서도 혈관 레이저 치료가 잘 되는 경우가 많지만 혈관종은 만 1~2세가 지나 이미 흉터나 혹으로 바뀌게 되면 혈관 레이저 치료 효과가 매우 떨어집니다.
이미 혹으로 바뀐 혈관종은 혈관 레이저 치료 효과가 매우 떨어진다. Courtesy of Kim Young Gull, MD
다행히 만 1~2세가 지나도 흉터나 혹으로 바뀌지 않고 붉은 자국만 남아 있는 혈관종은 레이저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붉은 혈관종 자국이 지속된 어른에서의 2회 레이저 치료 후. Courtesy of Kim Young Gull, MD
화염상모반의 경우 혈관종에 비해 치료 시기에 여유가 있습니다만 대체로 어린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유를 정리하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 어릴 수록 화염상모반의 크기가 작습니다.
아기가 크면 화염상모반은 성장에 비례하여 커지기 때문에 치료가 오래 걸리고 그 만큼 아기가 치료를 더 힘들어 합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바르는 마취 크림으로 마취를 하여 치료를 하지만 아기가 크면 화염상모반도 넓어져 수면 마취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치료 면적이 넓어지면 치료 비용의 부담도 커집니다.
두번째, 아이가 화염상모반으로 인해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기 전에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화염상모반은 피부의 모세혈관기형이지만 많은 경우 피부보다는 정서에 더 큰 영향을 줍니다.
화염상모반이 있어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사시는 분도 많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화염상모반이 자존감을 낮추거나 대인 관계를 위축시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서적 스트레스는 보통 아기가 자라서 학교를 다니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비롯됩니다.
그런 점에서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여 완료하는 것은 이로운 점이 많습니다.
저는 화염상모반을 치료하기 전에 화염상모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꼭 여쭤 보는데 화염상모반의 심한 정도와 스트레스 정도가 꼭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얼굴에 화염상모반이 꽤 크게 있지만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분도 계셨고, 귀 근처의 작고 희미한 화염상모반인데도 10점 만점으로 치면 8~9점에 달하는 높은 스트레스를 호소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화염상모반 치료 과정 중인 돌 이전의 아기. Courtesy of Kim Young Gull, MD
세번째, 화염상모반은 나이가 들면 색이 짙어지고 두꺼워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미리 치료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물론 옅은 화염상모반이 짙은 화염상모반에 비해 치료가 꼭 더 쉬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색이 짙어지고 두꺼워지면 그 만큼 눈에 더 잘 뜨이고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그렇게 되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추천됩니다.
나중에 색이 짙어진다고 치료가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화염상모반이 두꺼워지는 것은 레이저 치료 효과를 매우 많이 떨어뜨립니다.
네번째, 오래된 화염상모반은 연조직의 비대칭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일찍 치료하는 것이 연조직의 비대칭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에 관해서는http://blog.naver.com/snubirthmark/220901270772 에 다루었으므로 이 글에서 다시 기술하지는 않겠습니다.
다섯번째, 아기들은 피부가 하얗기 때문에 혈관 레이저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피부의 멜라닌 색소는 혈관 레이저 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피부가 검을 수록 치료 효과는 떨어집니다.
백인은 상대적으로 혈관 레이저 치료가 쉽고, 흑인은 매우 어렵습니다.
아기들은 아직 햇빛을 많이 보지 않아 피부가 하얗습니다.
피부가 어두운 어른에 비해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여섯번째, 돌 전의 아기들은 아파도 금방 잊습니다.
돌 전 아기들은 치료 받을 때는 많이 울어도 집에 가면 금방 잊고 잘 놉니다.
그리고 한 달 뒤 병원에 오면 전에 제가 했던 일을 모르는 듯 저를 보고 웃기도 합니다.
하지만 돌이 넘어가면 병원에서의 나쁜 기억을 갖고 병원에 오길 싫어합니다.
힘도 세져서 치료할 때 움직이지 못하게 잡기도 힘들어집니다.
그런 면에서 돌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추천됩니다.
반면에 아기 때 치료를 하는 것의 단점도 있습니다.
협조가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거의 유일한 단점이지만 치료 효과를 좌우하기도 하는 큰 단점입니다.
아기는 레이저 치료를 매우 불편해하고 어린이들은 레이저 치료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치료에 협조하지 않습니다.
저희 병원에 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언제나 치료실에서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저희 병원 직원들의 주요 업무는 레이저 치료하는 동안 아이가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초등학교 3학년은 되어야 협조가 가능합니다.
제 경험 상 협조가 가능했던 가장 어린 아이는 만 4세 여자 아이였습니다.
협조가 되지 않으면 아이를 억지로 붙잡고 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를 오래 할 수 없습니다.
보통 3분 안에 치료를 끝내는데 그러다보면 충분히 정밀하게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눈에 아주 가까운 화염상모반이나 혈관종 치료와 같이 협조가 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몇 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협조가 되지 않아 충분하고 정밀한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수면 마취입니다.
수면 마취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더불어 일부러 치료를 일찍 하지 않고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첫번째, 저절로 좋아질 가능성이 높은 경우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연어반 (salmon patch)입니다. 연어반은 보통 생후 2-3년이 지나면 많이 흐려지거나 사라집니다. 연어반의 레이저 치료는 그래서 보통 생후 3년 이후로 미룹니다.
선천성 모세혈관확장성 대리석양 피부증 (cutis marmorata telangiectatica congenita, CMTC) 도 생후 2년까지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있어서 레이저 치료를 생후 2년 이후로 미룹니다.
선천성 혈관종 (congenital hemangioma)의 한 종류 (rapidly involuting congenital hemangioma, RICH) 도 생후 14개월까지 저절로 좋아지기 때문에 레이저 치료를 그 이후로 미룹니다.
두번째, 진단이 확실하지 않아 감별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태어난지 한 달이 안된 상태의 붉은 피부 병변입니다.
갖고 태어났다면 화염상모반일 가능성이 높지만 간혹 아주 초기의 혈관종일 수도 있습니다.
이 둘을 감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며칠간 경과를 관찰하는 것입니다.
화염상모반은 며칠 간 색이나 모양에 큰 변화가 없지만 혈관종은 며칠 사이에 색이 더 붉어지고 크기나 두께도 커집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혈관종도 있지만 그래도 며칠 간 자세히 보면 화염상모반과 미세한 모양의 차이가 생깁니다.
이처럼 감별 진단을 위해서 지켜 볼 때는 레이저 치료를 급하게 하지 않고 미룹니다.
세번째, 아기의 부모님이 레이저 치료를 원치 않거나 거부감이 있을 경우입니다.
레이저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그러한 걱정이나 거부감이 막연한 염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제가 설명 드리고 치료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화염상모반에서 레이저 치료를 미룬다고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경우나 혈관종에서 레이저 치료가 큰 도움은 되지만 그 외의 다른 치료로도 효과를 낼 수 있을 때에는 부모님의 의견을 존중하여 레이저 치료를 미룹니다.
네번째, 수면 마취가 가능한 나이까지 기다려야 할 경우입니다.
화염상모반이 너무 넓어서 마취 크림을 바르고 아기를 붙잡고 치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수면 마취 레이저 치료가 필요합니다.
저희 병원의 수면 마취는 생후 10개월에 체중이 10 kg이 넘거나 생후 12개월이 넘으면 시행합니다.
다음에는 레이저 치료 시 사용되는 마취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신효승, M.D., Ph.D.
피부과 전문의, 의학박사
마포공덕 에스앤유 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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