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염상모반이 레이저 치료로 좋아지지 않는 경우에 대한 고찰 - part 2: 극복 방법
- 김영걸 2018-05-08 20:03:53
지난 번에는 레이저 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은 화염상모반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https://blog.naver.com/snubirthmark/221138480374
지난번에는 화염상모반 치료에 어떤 레이저가 적절한지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에 대한 해결 방법과 연구에 대해 고찰하겠습니다.
첫번째 문제,
너무 두꺼운 화염상모반일 경우 확장된 모세혈관이 피부 깊이 위치하기 때문에 100% 제거가 어렵습니다.
첫번째 문제 극복 방법
혈관 레이저 (pulsed dye laser)의 595nm 파장보다는 혈관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능력이 적지만 595nm 파장보다 50~75% 이상 깊게 투과할 수 있는 755nm 파장의 Long pulsed Alexandrite 레이저를 사용하거나 그보다 더 깊이 투과할 수 있는 1064nm 파장의 Long pulsed Nd:YAG 레이저를 사용하여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희 병원에서는 세 가지 레이저 기기를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755nm와 1064nm 파장의 레이저는 혈관 이외의 정상 피부 조직에도 에너지 흡수가 많이 되어 부작용 없이 효과만 내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범위가 매우 좁습니다. 그런 관계로 595nm 의 레이저와 달리 755nm와 1064nm 파장의 레이저는 상처와 흉터를 만들기 쉬워서 사용이 제한되거나 매우 주의가 필요합니다.
1064nm 파장의 Long pulsed Nd:YAG 레이저를 사용하여 치료한 두꺼운 화염상모반. Courtesy of Kim Young Gull, MD
두번째,
화염상모반의 모세혈관의 직경이 너무 가는 경우입니다.
두번째 문제 극복 방법
혈관 레이저는 혈관 안의 혈액의 성분인 헤모글로빈에 열을 가해서 주변의 혈관을 파괴합니다.
혈관이 가늘면 안에 흐르는 혈액이 적기 때문에 혈관이 충분한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하고 파괴되지 않습니다.
결국 가는 모세혈관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혈관의 직경과 혈류량을 늘려 주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는데 레이저 기계에 반영이 예상되는 기술은 레이저 치료 시 피부에 음압을 걸어 치료 부위에 피가 쏠리게 하는 것입니다.
그 외에 595nm 파장의 레이저를 많이 흡수시키는 물질을 혈액 내에 투여한 다음 레이저 치료를 해서 혈류량이 적더라도 혈관이 에너지를 충분히 받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연구가 외국에서 진행 중입니다.
Annals of Biomedical Engineering, Vol. 40, No. 2, February 2012 pp. 486?506
세번째,
피부가 검은 타입인 사람의 화염상모반은 치료가 어렵습니다.
세번째 문제 극복 방법
실제로 의학 저널에도 흑인의 화염상모반을 성공적으로 치료한 사례 보고는 없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피부과 의사가 흑인의 화염상모반을 2명 치료했다고 의학 저널에 자랑하듯 보고하였는데 제가 논문을 읽고 사진을 보니 화염상모반이 아니라 연어반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피부가 검은 분은 없지만 화염상모반의 치료를 쉽게 하기 위해서는 해당 부위의 피부가 갈색으로 타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염상모반이 얼굴, 팔, 다리와 같이 노출 부위에 있다면 평상 시 자외선 차단제를 잘 바르는 것이 추천됩니다. (원칙은 2시간에 한번씩, 실내에서도 바르는 것입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하이드로퀴논 제제와 같은 피부 미백 제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다만 피부 미백 제제는 피부에 자극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고, 화염상모반은 피부 자극을 받으면 더 많이 붉어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색소 혈관 모반증 (phakomatosis pigmentovascularis)에서는 검푸른 이소성 몽고반점과 화염상모반이 같은 자리에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 경우 이소성 몽고반점을 먼저 치료합니다. 해당 부위 피부를 밝게 하지 않으면 화염상모반은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색소모반과 화염상모반이 동시에 존재하는 색소 혈관 모반증
(phakomatosis pigmentovascularis). Courtesy of Kim Young Gull, MD
네번째,
재생된 혈관은 치료가 어렵습니다.
네번째 문제 극복 방법
치료 시 혈관의 재생을 막으려면 치료 후 수반되는 피부의 염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피부의 염증이 혈관 재생을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레이저 치료 후에는 어쩔 수 없이 피부가 약간은 더 붉어지고 붓습니다. 이는 피부에 염증이 있다는 표시입니다. 치료 후 냉찜질을 하고 피부 진정을 시키는 것은 붓기를 빼고 피부 염증이 진행되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냉찜질 시에는 얼음을 천 등으로 감싸고 피부에 대었다 떼었다를 반복하여 피부 동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더불어 저는 피부염 연고를 처방하여 레이저 후 1주 이내로 단기간 사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더불어 혈관 재생을 억제하는 약제의 사용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라파마이신으로 원래 장기 이식 환자의 면억 억제제로 개발된 약이지만 혈관 재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최근에 관련하여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복용 시에는 부작용이 심해 화염상모반 치료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레이저 치료 후 바르는 약으로 사용하는 것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실제로 바르는 라파마이신은 또 다른 혈관 관련 질환인 혈관섬유종 (결절성 경화증의 피부 증상)에 효과를 보입니다. 하지만 저희 병원에서 작년에 연구를 한 결과 화염상모반의 경우 바르는 라파마이신이 레이저 치료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2017년 해외 의학저널에 실린 김영걸 원장님의 화염상모반과 라파마이신 연구
혈관의 재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결국 조심스러운 치료와 적절한 치료 후 피부 관리, 그리고 새롭고 개선된 피부 혈관 재생 억제제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다섯번째,
다리의 화염상모반은 치료가 어렵습니다.
다섯번째 문제 극복 방법
다리의 화염상모반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혈관이 가늘고, 피부가 손상이 잘 되고, 상처나 착색이 잘 생깁니다. 결국 위에서 말씀드린 극복 방법을 총 동원해서 가는 혈관을 늘려주고, 피부 염증이 심하게 생기지 않게 조심스럽게 치료하고, 치료 후 피부 관리를 잘 하는 것 (피부 장벽을 보완하는 보습제의 사용, 피부염을 예방하는 약제의 사용, 피부가 타지 않게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 등) 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치료해보면 여전히 어렵습니다. 다른 부위와 다른 다리 피부 혈관의 특이한 특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사용 가능한 기술과 노하우로 최대한 잘 치료해야겠지만 치료 효과의 획기적 향상을 위해서는 역시 획기적인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광역동치료 (photodynamic therapy) 등을 이용해 치료가 잘 되지 않는 화염상모반을 치료했다고 의학 저널에 보고하기도 합니다만 먹는 약을 이용한 광역동치료는 1주에서 길게는 한달을 햇빛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용이 어렵습니다. 바르는 약을 이용한 광역동치료의 경우 아직까지의 제 경험상 화염상모반 치료 효과가 미미하여 개선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예전에 제 박사 학위 연구 주제가 광역동치료 (photodynamic therapy) 였습니다.
여섯번째,
화염상모반에 동맥 기형이 동반된 경우 치료가 어렵습니다.
여섯번째 문제 극복 방법
동맥 기형이 작은 세동맥인 경우에는 더 많은 횟수가 필요하긴 하지만 혈관 레이저 치료만을 반복해도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더불어 아직 상용화된 기술은 아니지만 피부 혈류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치료 의사에게 이미지로 보여줘서 눈으로 보이지 않는 화염상모반의 모세혈관으로 흐르는 혈류량이 많은 곳을 찾아 남김없이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드물지만 만일 동맥 기형의 동맥의 크기가 크다면 레이저 치료와는 별도로 영상의학과 또는 혈관외과에서 동맥 기형에 대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합니다.
레이저 치료에 반응이 적은 화염상모반 치료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극복 방법들 역시 아직 완전하지 못하고 제한적 경우가 많습니다. 이 중에는 이미 사용하고 있는 노하우들도 있고, 기술은 이미 개발되었으나 상용화 단계가 아니어서 아직 진료실에서 사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연구소나 병원에서 아이디어를 갖고 계속 개발 중인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으니 치료 효과가 점점 좋아 질 거라고 기대합니다.
신효승, M.D., Ph.D.
피부과 전문의, 의학박사
마포공덕 에스앤유 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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